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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태왕에게 몸을 바친 북위의 하태후 (6부)
모용수의 북연 대신에 강자로 등장한 북위의 탁발규
 
성헌식 컬럼니스트 기사입력  2018/07/30 [00:02]

 

광개토태왕 시절 중국에서는 304년부터 시작된 대혼란의 5호16국시대가 서서히 막이 내려지고 있었다. 383년 천하통일을 외치며 동진을 공격했던 전진의 부견이 비수전투에서 대패하자 다시 군웅들이 할거하게 되었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모용황의 다섯째 아들로 384년에 후연을 세운 모용수(慕容垂)였고, 또 하나의 새로운 강자가 등장하는데 그가 바로 탁발선비족의 탁발규(拓跋珪)였다.

 

모용수가 세운 후연의 몰락

 

396년 후연을 세운 모용수가 죽자 뒤를 이어 즉위한 모용보(寶)는 무리하게 개혁을 시도하다가 민심을 잃어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도읍을 중산에서 요서의 용성(龍城)으로 옮겼다가 결국 정변으로 인해 쫓겨났다가 살해되고 만다. 중산에서는 모용상(詳), 모용린(麟)이 차례로 황제를 자칭했으나 곧 함락되었으며, 업을 지키던 모용덕(德)이 398년에 남연(南燕)을 세웠다. 
 
모용보의 아들 모용성(盛)이 후연의 왕이 됐으나, 종친과 공신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하는 공포정치로 인해 많은 모반 사건이 일어났고, 결국 그로 인해 401년 29세의 나이로 죽고 만다. 혹자는 후연의 정태후가 자신의 정부였던 모용희를 세운 것이라고도 한다. 이어 모용수의 8남 모용희(熙)가 19세의 나이로 즉위했으나, 사치를 일삼고 폭정으로 인해 민심을 잃게 된다. 

 

또한 402년과 404년에 고구리 호태왕의 공격으로 영토를 모두 상실하고 수도까지 위협받는 지경에 몰린다. 이에 모용희는 반격을 시도했으나 무리한 작전으로 인해 희생만 컸을 뿐 모두 실패하고 만다. 407년 고구려의 5만 대군이 6개의 성을 점령하자 후연은 멸망 직전으로 몰리게 되고, 결국 정변이 일어나 모용희가 살해되고 모용보의 양자 모용운(雲=고운高雲)이 옹립됨으로써 후연이 멸망하고 북연(北燕)이 성립되는 것이다.  
                

▲ KBS 드라마 광개토태왕에서 분한 후연을 세운 모용수와 그 아들들     © 편집부

 

남북조시대의 최강자 북위의 성립

 

탁발규는 아비 탁발식과 하란부 출신 어미 하씨부인 사이에서 371년에 태어났다. 조부는 대(代)왕 탁발십익건(什翼健)이다. 어린 시절 우여곡절 끝에 하란부에 도착했는데, 옛 부족수령들이 투항을 해옴으로서 386년 정월에 선비연맹이 재수립되고 대왕으로 추대되어 국호를 위(魏)로 바꾸게 된다. 이것이 바로 남북조시대의 최강국 북위의 시작이었다. 탁발규의 북위는 초기에 후연의 모용수에게 큰 도움을 받았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모용수가 탁발규의 동생을 죽이면서부터 둘의 관계는 급격하게 뒤틀어지게 된다.

 

396년 북위와 싸우러 평성으로 가던 모용수는 후연 병사들의 시체가 산더미 같이 쌓여있고, 병사들이 울부짖으며 대성통곡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는 참혹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이에 큰 충격을 받아 피를 토하며 쓰러져 얼마 후 70세의 나이로 죽고 만다. 이 소식을 들은 탁발규는 40만 대군을 휘몰아 후연을 공격해 대승을 거두고는, 398년 평성(平城)을 도읍으로 연호를 천흥(天興)으로 하여 자칭 황제가 된다. 조부 십익건을 소성(昭成)황제, 아비 식은 신명(神明)황제로 추존하는 등 자신의 조상 27명을 모두 황제로 추존했다.

 

탁발규는 지식인을 널리 받아들여 제도와 예의범절을 정비하고, 궁전과 종묘를 짓고 도량형을 통일하고, 관직의 품계와 각종 의식에 쓰이는 음악을 제정하고, 법령과 각종 금령을 명시했으며, 행정구역과 군사제도도 확립해 나라를 질서정연하게 정비해나갔다. 또한 지역상황에 따라 차등을 두는 조세와 부역제도를 제정함으로써 백성들의 생활을 안정시켰다. 이에 북위는 경제가 좋아져 재정이 풍족해졌으며, 402년에는 후진의 수만 대군을 물리쳐 위용을 떨치기도 했다. 

 

그런데 탁발규는 자신의 아들에게만 왕위를 물려주려고 했다. 그렇게 함에 불안감을 느낀 탁발규는 장애가 되는 걸림돌들을 적극 제거하려고 했다. 그러자 신변의 위협을 느낀 조정의 관리와 백성들은 공포의 나날을 보내게 되었고, 제 몸 사리기에 급급해지다보니 법 기강이 문란해졌다. 결국 탁발규는 그의 둘째아들 탁발소(昭)의 손에 살해당하고 마는데, 장남 탁발사(嗣)가 이복동생 탁발소를 토벌하고는 409년에 보위에 오르게 된다. 

  

▲ 산서성 북부 대동시에 서있는 탁발규 동상     © 편집부

 

장수태왕에게 몸을 바친 북위의 하태후

 

421년 신유 2월, 춘태자가 서하(西河)로 가서 병사를 훈련시키고 있을 때였다. 4월에 북위의 2대왕 탁발사(嗣)가 장수태왕에게 할머니 하란(賀蘭)의 딸을 바치면서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태왕은 경(鯨)태자에게 하란을 답방하라고 명하면서 “하란태후가 치마끈을 풀면 모를까 아니면 도와줄 수 없다.”고 반 농담을 했다. 하란은 북위를 세운 시조 탁발규의 어미로 원래 남편 탁발식이 전사하자 시아버지 탁발십익건의 부인이 된 여인이었다.

 

그런데 장수태왕의 농담을 전해들은 하란 태후가 허리띠를 풀 의향이 있다면서 해막(海漠)에서 만나기를 원한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태왕이 가겠다고 하기에 춘태자가 극력 말렸더니 태왕은 “주 목(穆)왕도 단기로 가서 곤륜에서 서왕모를 만났소. 그것에 비하면 해막은 바로 문 앞입니다. 8월에 만나자고 약속하시오.”라고 명했다. 군신들 모두가 위험하다고 간했으나, 태왕 혼자서만 느긋했다. 태왕이 드디어 하란을 월해(月海)에서 만나고 돌아왔다.

                 

▲ 중국이 제멋대로 그린 남북조시대 지도 : 고구리가 저렇게 작은 나라였다면, 북위 하태후가 장수제에게 몸까지 바쳐가며 도움을 청했겠는가?                                                                                                               © 편집부

 

장수태왕이 춘태자에게 “탁발사가 마음에 병이 있어 오래 살지는 못하니, 하란과 표리(表裡)를 이룬다면 정벌할 수 있을 것 같소.”라고 말했더니, 춘태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탁발사가 쾌차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의 아들 탁발초가 치욕을 씻으려 할 겁니다. 색두(索頭)는 족속 아끼기를 명확히 하는지라 멸망하지 않거니와 섣불리 도모하기도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빼앗았다 해도 밖으로부터 많은 적을 마주해야 할 것이니 지키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게다가 신라·백제·북연도 면전에서는 따르면서도 속으로는 따르지 않으니, 어느 날 갑자기 무슨 변고가 생길지 모릅니다. 밖으로 골칫거리를 만들어서도 아니 될 것이며, 안에서 그런 틈을 주어서도 아니 될 것입니다. 정경도 말하지 않았습니까? 멀리 있는 자와는 교류하고 가까이 있는 자는 쳐야 하며, 붙어있는 이들은 떼어놓고 떨어져 있는 자들과는 가까이 지내야 하며, 잘 지키고 나서 정벌하고 잘 타일러서 지키라 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동명(주몽)께서 정벌해서 얻으신 것을 광명(유리)께서 지켜내신 것입니다. 폐하 역시 응당 선제께서 이루신 땅을 지켜내시고, 남방을 소화하신 후에 서쪽으로 가심이 옳을 것입니다.”라고 아뢰었다.

 

이후 태왕이 춘태자와 함께 서도 란궁의 남당에 앉아 국사를 의논하다가 “지키는 방도로는 응당 부국강병을 위주로 해야 할 것입니다. 계책은 장차 어떻게 내놓으실 겁니까?”라 물었더니, 춘태자는 “주상께서는 근면하시니 부국을 이루실 것이며, 용감하시니 강국도 될 것이고, 아직 검소하지 않으셨다면 지금부터라도 모으시면 되고, 의로우시니 충성이 있을 것입니다.”라 답했다.

 

태왕은 얼굴이 싱글벙글해지며 “숙부의 말씀이 다 맞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춘태자는 아우 광개토호태왕과 조카 장수태왕을 그의 뛰어난 학식과 경륜으로 보필하여 고구리의 최전성기를 일구어냈던 대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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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7/30 [00:02]  최종편집: ⓒ greatc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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